1월 첫째 주, 포르투 남친네 집에서 빌붙는 동안 쉬면서 이것저것 지원을 했었는데요, 그 중에 러쉬도 있었답니다!
Shop manager 포지션을 지원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원했었습니다. 그런데 메일로 이미 그 직군은 찼고 trainee manager로 전환해서 지원해볼 생각이 없냐길래 바로 알겠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없었지만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었으니까요!
메일에는 창의적으로 자유롭게 원하는대로 소개서를 준비해오라고 하더라구요. 총 3단계로 인터뷰는 진행되고 아침 10시30분부터 저녁 4시(...)까지 진행된다고 해서 그에 맞게 준비를했습니다.
2월 중순으로 인터뷰 날짜가 잡혔고 마침내 대망의 날!
정말 오랜만에 면접이라 많이 긴장된 상태였던 것 같아요 이틀 전부터 러쉬에 대해서 다시 공부하고 해외에서 취직하신 분들 후기도 좀 찾아봤구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이것저것 많이 읽어봤던 것 같아요.
기차가 연착되는 경우도 있어서 미리 나왔는데 역시나 날씨가 너무 안 좋았어요.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아침 9시 40분 쯤 도착했습니다. 인터뷰가 시작되면 아무리 쉬는 시간을 줘도 뭔가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근처에 팬케이크 가게에서 더치 팬케이크를 주문해서 요기를 했습니다. 팬케이크를 좋아하긴 하는데 아주 가끔 먹었던 음식이거든요. 근데 미니 팬케이크는 한입에 먹을 수 있고 슈가파우더도 너무 잘 어울려서 손이 자주 갑니다.
도착하니 엄청 환한 얼굴로 시간 맞춰 잘 왔다며 다른 면접자들을 대기하자고 하더라구요. 매장의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거기엔 큰 미팅룸이 있었구요. 계단이 있는 반층을 올라가면 아주 작은 네덜란드 본사(?)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어요. 사무실로 가는 길목에는 작은 부엌이 있었구요. 대기하다보니 면접자가 2명 더 왔습니다. 누가 봐도 러쉬사람들 같은... (나 여기 왜 있는거야...)
알고보니 이미 로테르담 지역 러쉬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었어요. 당연하죠 trainee manager인데. 저는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하여튼 면접은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심사위원은 두 분이었어요. HR 한 분과 채용이 된다면 같이 일하게 될 로테르담 매장 매니저 분이었습니다.
1. 자기소개
자기 소개 시간에는 각자 한명씩 나와서 진행했습니다. 한분은 쪽지를 갖고 와서 슬쩍 슬쩍 보면서 자기 소개를 진행했고 다른 한 분은 작은 JBL 스피커를 갖고 오더니 랩을 했습니다. 🫢 네 , 그 랩이요. 심사위원분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재밌긴 했습니다. 역시 러쉬 특별해요. 저는 웹사이트를 갖고 있어서 거기에 페이지를 하나 추가해 러쉬만을 위한 자기 소개를 진행했어요. 앞선 분들과는 덜 재밌었지만 그래도 전달할 내용은 다 전달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스케줄링 (그룹으로 진행, 1시간 정도)
빈 엑셀시트가 주어졌구요, Manager, trainee, shop assistant, supervisor. 이렇게 4가지 직군들이 매장을 관리한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뭘 알겠어요🥲🥲) 그래서 언제, 어디로 배치하면 좋을지, 시간은 얼마나 하는게 좋을지 빈 엑셀시트를 채워야했어요.
3. 리테일 (그룹으로 진행, 1시간 정도)
앞서 정한 스케줄링과 매장 관리 비용에 맞춰서 시간과 직군을 더 자세히 선정해야 했습니다. A-Z까지 직군과 선호 근무 시간이 적혀 있는 추가 엑셀시트가 제공이 되었구요, 비용과 선호 근무시간을 고려해서 엑셀 시트를 채워야했습니다.
2,3 번은 그룹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주어진 시간이 끝나고 나서 그룹으로 답변을 듣고 또 한명씩 불러져서 어떤 부분을 기여했는지, 혼자 했다면 어떻게 진행했을지를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거기에 맞춰서 답변을 했습니다. 주어진 채용리스트에서는 해고를 해야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도 언급해서 답변했던 것 같아요. 회사 입장에서요.
4. 점심시간 (각자 지출, 근처 식당에서 먹을 것을 사들고 오거나 먹고 왔습니다.)
5. 비즈니스 전망 분석 (1시간 정도)
2023년 5월부터 8월까지의 매출과 실적 엑셀 시트가 주어졌고요, 2024년의 5-8월 매출 및 실적을 분석하는게 미션이었어요. 숫자만 보고 실적이 좋았다고 판단해야할지, 아니면 부족했다고 판단해야할지, 그리고 이걸 수익으로 전환하려면 어떤 부분을 주력해야할지를 답변해야 했어요. 이것도 매장관리나 판매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진땀을 뺐지만 어쨌든 researcher로 일했다보니 데이터 분석하는건 제대로 답변한 것 같았어요. 피드백도 나쁘지 않았구요. 문제는 경영 관점에서 답변하는 것이었어서 뭐가 정말 중요한지 대답하는게 약간 자신이 없었더랬죠.
6. 매장 관리 ( 실전 )
암스테르담 한 가운데에 있는 매장에서 실제로 매장을 관리해보라고 하더라구요. 다른 면접자들은 이미 러쉬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돌려보내졌고, 직접 방문해서 심사할거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첫번째로 72가지 정도 되는 서베이를 진짜 고객이 된 것처럼 답변해보고, 이제 반대로 매니저인 것처럼 행동해서 직원들을 관리하고 매장을 바꿔보라고 하더라구요. 한국인으로써는 정말 어려웠어요. 겸손이라고 해야하나요, 처음 본 사람한테 이래라 저래라 이거 부족하다 저거 부족하다 하는게 쉽지 않더라구요. 좀 더 자신있게 했으면 좋았을걸, 얼마나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서 제대로 답변을 못했습니다. 서글서글 웃으면서 편하게 마음대로 해봐 ^^ 하는데 뒤에서 다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어쨌든 여기서 탈락 😂😂😂
모든 게 끝나니 오후 5시 정도 됬구요.
피드백을 현장서 들을래 아니면 메일로 들을래 이래서, 아 탈락했구나 싶어서 그냥 현장에서 듣겠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줬구요, 가장 크리티컬한게 매장 관리 경험이 없는 거였어요. (당연하지 😂😂😂) 저도 긴가민가 했던 부분이었어서요. 한편으론 뭔가 다행이라고 생각도 들었습니다. 합격하면 그게 더 문제였어요. 객관적으로 봐도 자격이 없으니까요.
하여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수고했다고 선물을 주겠다며 러쉬 제품 2개 (샤워젤 중간크기, 배쓰밤)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더라구요. 면접비인가봐요. 저는 평소에도 러쉬 제품을 워낙 좋아했어서 감사하게 받았습니다.
나오면서 저는 에휴 , 이렇게 20번 인터뷰하면 취업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좋은 경험이었어요. 인터뷰 오랜만에 해서 경각심을 다시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취준은 체력적으로도 힘들긴한데 정신적으로 힘든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이제 시작인데 엄살부리면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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